Rangni:랑니=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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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랑니 2022. 11.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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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부터 그날을 키워드로 블로그에 유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날에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 전날은 그 날과 3일이라는 차이가 있기에 벌써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날의 다음날인 일요일엔 외출하기 위하여

 

그리고 뉴스에 지금 그 거리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고 해서 나는 그날에 그곳으로 향했다.

 

작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날엔 가게들이 미여 터질 정도이니 그곳에서 식사하기 힘들거라 판단하여 우리는 동대문에서 밥을 먹고 도착을 하니 7시 반 전후였던 것 같다.

 

작년에는 그 곳과 가까워질 즈음에 사람이 제법 많았으나 올해는 환승하는 곳부터 사람으로 붐볐다.

 

작년에는 에스컬레이터 타는 곳에서부터 인산인해였다면 올해는 지하철 내릴 때부터 미여 터졌다. 

 

참고로 오후 4시쯤에 사촌언니가 전화가 와서 우리는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는 그 곳에 놀러 갈 건데 언니 너도 올래 했는데 언니랑 형부가 이미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신 상태라 다음번을 기약했다.

 

그렇게 도착한 그 곳은 늦겨울인데 지하철에서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멈춰서 있었고 몇 명 지하철 사무원님이 지휘를 하고 계셨다.

 

겨우 어렵사리 지하철 역에서 나와서 그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발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동행 중의 한 명이 우리 그냥 집에 갈까 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보고 가야지를 두 명이 고집을 부려서 우리는 그 인파에 몸을 실었다. 

 

얼마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어떤 남자가 그랬다.

 

안 올라가는 것이 좋을텐데.

 

그리고 주위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들렸다.

 

역대급이다!

 

헬이다!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몸과 몸은 완전 밀착이 되었고 우리 동행 3명은 일렬로 걸었으며 내가 앞에 있었고 우리는 그 순간에 만약 서로의 손을 놓게 된다면 여기서 사람을 찾기는 아주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열심히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얼마 걷지도 못했는데 가오나시 얼굴의 남자와 다른 캐릭터 남자가 우리한테 말랑카우와 다른 사탕을 줬다.

 

받긴 받았는데 먹진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움직임.

 

그렇게 뒤에서 밀려오는 힘에 땀범벅이 된 채로 가끔은 총총총 가끔은 발이 여기저기 밟혔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 했다.

 

오늘 집에 돌아갈 때 내 신발이 굉장하겠는데?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 이러다 사고 날 수도 있겠는데?

 

나는 그날에 집으로 돌아와서 블로그 포스팅할 기운이 없어서 그냥 잠을 잤었다. 

 

그렇게 우리는 겨우 길이 생기는 골목에서 그나마 짧아 보이는 오른쪽 길을 택했고 정말 어렵사리 걸어갔는데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막혀서 다시 돌아왔다.

 

진입해서 5분도 안 되고 나는 고집을 부린 나 자신한테 변명거리가 없어서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입을 꾹 닫고 일단 걸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었고 그냥 묵묵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만 더운 줄 알았는데 나의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에서도 땀이 비 흐르듯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나만 더운 거 아니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인파에 밀려다니니 속이 울컹울컹 거렸다. 

 

그렇게 겨우겨우 8시 20분쯤 겨우겨우 나왔다. 

 

우리 셋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런 지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히 차가 달리던 그 거리는 도보도 가능할 정도였다.

 

다시 돌아가는 지하철도 여전히 붐볐고 지하철에서 나오는 사람은 점점 많아졌다.

 

집에 도착하니 9시 반쯤.

 

블로그 포스팅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보다는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끄고 자는 습관이 있어서 저녁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잠깐 잠에서 깨나 핸드폰을 켜보니 사촌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이 시간에 왜 하는 생각만 들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7시 반쯤, 엄마가 갑자기 비몽사몽인 나를 깨운다.

 

뉴스를 보라고 한다.

 

두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 채팅방에 사촌언니가 나를 답장하라고 하는 문자가 와 있었다.

 

뉴스를 보는데 소름이 끼치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 나기 시작하면서 뇌에 삐 하고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제일 먼저 사촌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아무리 나한테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되니 이모가 헐레벌떡 직접 우리 집으로 찾아오셨다. 

 

사촌언니가 이모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라고 연락한 것이다.

 

뉴스를 보면 볼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내가 그날,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그곳에 다녀온 걸 알기에 엄마는 일요일에 기분이 우울해 하시더니 온 하루 누워계셨다. 

 

우리 집이 이렇다면 다른 집은....

 

그리고 일요일부터 이유 모를 소화불량과 복통으로 월요일 새벽까지 나는 앓았고 새벽에 아파서 응급에 가야 하나 할 정도였다. 

 

단순히 그 날 그 곳에 다녀온 이유인지 아니면 나의 몸이 약해서인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나는 아팠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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