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gni:랑니=너를
혼기가 꽉 찬 얼굴! 본문
겉으로 보이는 수술은 잘 끝난 것 같고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만 수요일에 나 올 조직검사 결과가 걱정이 될 뿐이다.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도 크게 없고 아이는 가지는 것은 더욱더 나와는 너무 먼 세상의 일 같다.
이 병에 관련하여 검색하면 검색할 수록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 되면
아이를 가지기 힘들다는 둥, 자궁적출, 암 이런 얘기만 흘러나온다.
그리하여 수술에 들어가기 며칠 전부터 나는 이후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딩크족 같은 단어들로 이리저리 검색하면서 그렇게 수술 날짜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늙어서 아플 때 너 혼자 병원에 가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지 아냐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설교를 시작한다.
병원에서 보호자의 싸인도 필요없고 코로나 문제도 있으니 나를 혼자 수술하러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다.
어차피 면회도 안 되고 며칠 후엔 아빠의 환갑 생일이라서 지금 티를 내지 않고 있지만 나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다.
아침 7시에 입원하고 오후 6시즈음에 퇴원을 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택시를 탔다.
아직 마취가 덜 풀려서 정신이 몽롱한데 택시기사님이 나한테 말을 건다.
택시기사님: 어쩌다 병원에서 나오신거에요?
랑니 : 아, 수술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택시기사님: 아니, 수술을 하고 퇴원을 했는데 혼자 집에 간다고? 부모는 안 계시나? 아가씨는 퇴원했는데 데리러 올 남자 친구도 없어?
랑니: (살짝 심기불편) 분명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만약 이 후에 내가 혼자서 살게 될 수도 있으니 워밍업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초면인 아저씨가 나의 속을 긁어줄 줄이야.
택시기사님: 우리 아들도 올해 41살인데 장가를 안 갔어.
랑니: 아드님이 아직 젊은걸요 뭘.
택시기사님: 43살짜리가 38살에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안 들어서 나 아직 손주도 없어.
랑니: 아까는 아들이 41살이라더니 왜 43살이에요?
택시기사님: 아들이 둘이라고, 41살이 아직 결혼을 안 했다고! (나한테 역정을 내셨다)
랑니: (나의 개떡 같은 성질에 원래는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닌데 최근에 걱정이 태산인 엄마 모습이 보여서 일단 참았다)
택시기사님: 아가씨도 얼굴을 보아하니 결혼 적령기, 혼기가 꽉 찬 얼굴인데.
랑니: 아저씨! 제가 마스크를 썼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택시기사님: 얼굴 보면 알아.
조용히 집에 가고 싶었고 혼자 수술받은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이렇게 친절하게 "노처녀"가 아니라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주고 있다.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 택시기사님은 나의 전화번호까지 물어볼 기세였는데 애석하게도?! 집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나는 택시에서 내리게 되었다.
하마터면 운 좋게? 미래의 시아버님을 이렇게 만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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