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gni:랑니=너를
이름만 거창한 90년된 하남 마방집 본문
이름만 거창한 90년 된 하남 마방집
경기도 하남 검단산으로 가는 어느 길가에
90년 전통의 마방집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외관부터 특이하여
항상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했는데
금번 방문을 하게 되었다.
* 금번이라는 단어는 누군가가
오늘이라고 하면 되는 것을
굳이 금번이라고 적는다는
회사원의 비꼼을 나타내던 내용을
어디선가 보고 주어들은 건데
출처가 생각나지 않지만
나의 개그코드에는 재밌게 느껴져서 자주 사용한다.
2월 1일 월요일 스마트 스토어 물건을 보낸다고 반차 내고 나와서
우체국에서 물건을 보내고 나니 오후 3~4시쯤이 되었다.
조금 숨을 돌리고 엄마를 데리고
전 직장 식품회사 근처에 있는 자올 한정식으로 향했다.
자올 한정식은 작년 여름에 딱 한번 방문을 한 적 있는데
남자의 자격등 티비에도 등장하는 가게라고 하더니
그렇게 두메산골에 위치해 있고 외관이 허술해도
직접 들어가보니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음식이 나름 괜찮고 아기자기해서 인생 샷 건질만한 곳이다.
혹시 전 직장 누굴 만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왜 두근두근 거리는거지?
대표가 아직도 사무실에 있는지 차가 보인다.
행여나 만나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파르르 떨지 않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려고 몇 번이고 준비했다.
지금 이직한 곳에서 반차 내고 밥 먹으러 왔어요! 라고 하려고
유치뽕짝 하지만 그렇게 가오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반전은 시시하게도 발생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올 한정식은 코로나로 인하여 단축 운영하여
우리가 방문한 시간대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 한 번만 하면 족한 곳인데,
내가 여길 또 엄마를 모시고 올 일이 없을 텐데....
너무 아쉽다.
그나저나
우리 과장님은 차장님으로 승진하셨대요!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폭풍 검색을 하다가
결국은 13번 뻐스를 타면서
항상 지나가던 마방집이 생각났다.
13번 뻐스의 남자는 잘 지내고 있는지...ㅎㅎㅎㅎ
카운터에서 안내를 해줘서 들어가니
공간이 훨씬 넓고 단독 룸으로 안내를 해준다.
몽룡과 춘향이 만날 것 같은 이런 전통적인 인테리어에
룸이라는 단어는 너무 없어 보이니
"사랑채"라고 하면 그럴싸할 것 같다.
시원한 여름이 되면 정자에서 먹을 수도 있으니
이런 신선놀음이 또 있을까?
차림표는 엄청 간단한데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듯이.
한정식 2개+굴비요!
45,000원이 나간다.
6.25 전쟁 이전부터 운영한 가게, 90년 전통의 가게라고!
좋았던 중의 하나가
이렇게 단독 방에 안내를 해줘서
코로나 걱정은 없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장판을 깔아줘서 따뜻한게
움직이고 싶지 않다.
밥을 다 먹고 널부러져 있어도 되는
밥집이다.
나물이 20종 나왔다.
일부러 몇 개인지 세어 보았다.
센터에는 된장찌개.
내 입엔 텁텁하게 느껴졌다.
MSG가 없어서 그런가?
나물을 소처럼 20~30번 정도
꼭꼭 씹어서 이를 갈면서 먹으라고 한다.
내 눈엔 진절머리 나게 식품회사에서 먹었던
4인분에 6천원인가 하는 밑반찬처럼 보이면서
속으로 계속 우리 엄마 한 것 보다도 맛없네 하면서
비빔밥을 먹는다.
이 지하여장군은 무엇을 하는 데 사용하는 물건인지
나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몇 번 방인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만약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한국 최고 품질의 멜라민 식기에 담겨있는 식사를
한번 체험해 보고 싶으면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변소인데
해우소라니
참으로 근사하다!
ㅇ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나 보다.
결론:
노맛핵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