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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ni:랑니=너를

전 부치러 고향에 내려간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허리가 굽도록 부친 그 전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드신다. 죽은 사람을 챙기다가 산 사람이 죽게 생겼다. 참으로 비효울적인 짓거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죽으면 제사 같은 건 절대 지내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날 내가 죽어 문득 그리워진다면, 그때는 소공동 조선호텔 스타벅스에 가서 뜨뜻한 라테나 한잔 시켜주라. "얘가 생전에 여기에서 이걸 마시는 걸 참 좋아했었지" 하면서 "그래도 라떼는 실컷 마시고 죽었으니 잘 살다 간 거지 뭐야" 하면서 "다시 태어나면 건물주가 되어 건물 일 층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렴" 하면서 전 부치러 고향에 내려간다. 엄마,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옷을 입고 터덜터덜 집에 간다. 청바지에 헐렁한 까만 니트, 햇수..
책을 필사해보아요
2021. 1. 4.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