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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갬성이란?
1박 2일 부산 여행 일정을 준비하려고
다른 사람이 작성한 블로그를 보니
부산 현지 사람들은 태종대를 안 간다고 한다.
친구랑 처음 갔던 부산여행이 너무 좋았고
(체력, 소비관, 즐길 거리, 먹거리 착착착...)
그때도 태종대부터 여행이 시작이 되었으니
이번에도 내가 아는 코스로 안내해야 되겠다 싶어서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흰여울마을과 태종대가 가깝다고 해서
어딜 먼저 갈까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흰여울마을로 가는 버스가 5분 먼저 도착해서 흰여울마을로 도착을 했다.
부산의 밀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부산역에서 초량시장 방면으로 가면 된다고 하는데...
처음 부산에 도착한 사람이 어떻게 초량시장이 어느 방향일지 안단 말인고?
부산역에서 내려서 오른쪽 방향이다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꼭 마치 서울역에서 나와서 롯데마트 푸드코드 찾아가라는 기분이었다.
기대치가 커서 그런지 맛이... 미묘하다.
![](https://blog.kakaocdn.net/dn/rjWtG/btq8q3bBWTO/IgX8wGvVe6zKG4BQ5JwTVk/img.jpg)
별로인데 반응이 나와서 엄마한테 여행이 시작되자마자 불평불만을 말하지 마 했더니
함흥냉면보단 좀 더 쫀득쫀득하네 한다.
귀여우셨다.
솔직히 엄마가 해준 냉면보다 맛이 없었다.
흰여울마을로 간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https://blog.kakaocdn.net/dn/KqewP/btq8qIMjpSJ/SSNpCjJi6Mh7ck3WgSOEr0/img.jpg)
젊은 여자아이들부터 엄마 나이 때 아줌마들까지
너나나나, 나나 너나 서로 지지 않겠노라 풀 메이크업에 옷을 입고 왔다.
반면에 나는 제일 편한 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서 한마디로 "건달" 같아 보였다.
한 아줌마는 롱 원피스에, 찐 핑크 쪼리를 신었는데 이쁘면서 와! 하고 내적 감탄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흰여울마을보단 아래에 보이는 바다에 더 관심이 많다.
엄마: 저 바다 너무 맑다, 저기 가고 싶어.
나 : 엄마, 여기 얼마나 핫플인데?!
(나의 고집을 부리는 중...)
너무 가파러 무릎이 아프신 어르신들한테는 무리일 거라 생각이 되어 비추이다.
오늘 제대로 아톰 다리, 개 튼튼, 종아리 알 좀 키워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종대.
다누비열차를 타면 한 시간 소요
걸어서 올라가면 20분 소요
그래?! 산책 삼아 걸어가자!
그런데 왜 볼거리가 없지?
나: 엄마, 그냥 갈까?
엄마: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혹시나 그냥 가보자.
나 : 다리 아프다면서 괜찮아?
(실은 더워서 땀도 많이 나고 귀찮기도 해서 빨리 샤워나 하고 싶었다.)
엄마 : 응
몇 번이고 하산하고 싶었는데 그즘에 태종사가 보이고 수국이 보인다.
![](https://blog.kakaocdn.net/dn/cEX04q/btq8reKJH7O/pzvMNHGlP01TGzKQnkdBCK/img.jpg)
아, 코로나 때문에 축제가 취소되었다고 했지만 수국은 많다.
다들 질세랴 수국에서 오늘 기필코 SNS 인증샷 건지고 말리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에 다른 사람이 기다리든말든, 눈치 1도 보지 않고 다양한 포즈를 잡아본다.
다들, 대단쓰...
수국을 보는 순간,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흰여울마을의 인스타 감성은 하나도 먹히지 않고
꽃, 바다를 좋아하시는구나.
더불어 부산에서 요트타보기
전에 친구가 요트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엄청 비싸보여 엄두도 못 냈는데
검색을 해보니 오잉? 성인 한명당 25,000원도 가능하네?
뭐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이 바로 허세떨기 딱 좋은 날이네라고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엄마가 엄청 무서워 하신다, 물을.
구명조끼를 꼬옥 쥐고 손에서 놓으시려고 하질 않는다.
젊은이들은 요트위에서 인증사진을 찍느라
쨍쨍 내리쬐는 해빛에도 실내로 한번도 들어오질 않는데 말이다.
+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요트경기장에서 해운대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우리는 "낮에 요트경기장엔 왜 가세요? 요트타러?" 하던 기사님한테 삥 뜯긴 것을 알게 되었다.
아저씨 일부러 길을 고불고불 돌았군요!
결론:
동행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부터.
내가 생각했던 인스타갬성은 이번 엄마와 함께 했던 여행에서 하나도 먹히지 않았고
나는 나의 생각을 엄마한테 강요하는구나를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실감을 하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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