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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블라블라

혼나시는 할아버지

랑니 2021. 6. 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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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3명의 쓸데없는 관찰기를 얘기해보겠다.




1. 혼나시는 할아버지

지하철 안.

내 옆에 노부부가 앉으신다.

할아버지 손에는 서류봉투를, 할머니는 빨간 원피스에 검은색 시스루 스타킹을 신으셨고

엄청 키도 작고 깡마르셨다.

할머니 왈: 애들을 그렇게 뭐라 하는 게 아니여.

할아버지 : ......................

지하철에서 막 대화를 나누고 목소리 크게 통화하는 케이스를 진짜 싫어하는데

이 할머니는 엄청 교양 있고 차분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할아버지한테 말씀하신다.

할머니 왈: 걔네도 민감해서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오면 어뜩하냐고.

지하철도 타보고 좋자녀. 살면서 지하철 몇 번 타봤어? 10번 되나?

걔네도 출근해야 되는데 자동차를 준비하고 정신 사나울 거잖아.

그리고 당신은 곱게 자라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

당신보단 내가 곱게 자랐고.

머엉 멍 때리고 있는데 나는 귀가 쫑긋해지면서 몸이 할머니 곁으로 점점 다가가고 더 듣고 싶어 진다.

할아버지 왈: 그래서 오늘 세입자 몇 시 만나기로 했던가?

할머니 왈: 몰라!!!!!!! 내가 도대체 몇 번을 말했는데 또 물어보는거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손을 탁 치면서 "할머니, 너무 귀여우세요!" 할 뻔했다.

대화의 내용은 대애충 할아버지가 자식한테 차로 세입자 만나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라고 하는 그런 것 땜시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

조곤조곤하게 할머니한테 혼나고 계시는 할아버지 너무 웃겼지만

남자는 역시나 나이 들어도 철딱서니 없는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당근거래 하기로 했다.

아이 엄마가 퇴근길에 동대문 쪽에서 오시면서 천호역에서 만나 거래하기로 했다.

제품은 핑크색 아이 머리띠이다.

그 사실을 새까맣게 까먹고 저녁 먹는데 거래하고자 해서 대략 난감했지만 약속은 지키기로 했다.

아이 엄마, 저 도착했어요.

넵, 저두요.

오잉? 그런데 왜 문자를 확인 안 하지?

저 3번 출구 계단 쪽 하늘색 셔츠요.

넵, 저는 보라색이요.

당연히 여자인 줄 알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떤 젊은 남자가 앞에 서더니 상당히 쭈빗쭈빗한 동작으로 개미 목소리로 당근? 한다.

당근거래를 하다 보면 거의 티가 나는데 이 젊은 남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행인인 줄 알았는데

눈이 토끼마냥,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네~에에에....

돈은?

지갑을 꺼내더니 한참을 헤매더니 2천원 맞죠? 한다.

네에에에에....

아, 그럼, 둘 다 같이 90도 인사하고 각자의 갈길을 가면 되는데 하필이면 같은 방향이다.

나는 뒤에서 잠깐 기다린다.

이 젊은 낭자는 제품 사진을 찍더니 인증샷을 보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딱 봐도 친누나 심부름일 것 같다.

만약 누나의 심부름을 거절한다?!

너는 오늘 죽음이다.

필연코 그럴 것이다.

 

 


3. 직원을 믿어줘야 하거늘

현대백화 지하 1층에 부대찌개 매장이 있다.

퇴근길에 포장하러 간다.

남자 직원이 한 명이 있고 퇴근시간대인데 손님이 한 명도 없다.

2인분 포장해주세요.

네, 5분 정도 걸려요.

핸드폰을 본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부부 2명이 착석을 한다.

남자 직원은 전화를 받는다.

일 얘긴 같지 않고 사적인 얘기인 것 같다.

전화를 종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부부는 서로를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갸우뚱하더니 고개를 끄덕하더니 자리를 뜬다.

이 남자 직원은 인상이 있다.

저번에 왔을 때도 재고가 떨어졌다고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고 사담을 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

또 그런다.

직원을 채용했으면 믿어줘야 한다.

현대백화에 입점하면 수수료를 엄청 뜯어갈 텐데 이 매장 사장은 이 직원의 이런 근무태도를 알고 있는지

처음으로 직원의 편이 아닌 이 매장 사장이 근심되는 순간이었다.



결론: 나 심심한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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