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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골낭염 4차 충격파 치료-나보다 더 큰 불행을 만났을 때 임하는 자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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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골낭염 4차 충격파 치료-나보다 더 큰 불행을 만났을 때 임하는 자세

랑니 2022. 1. 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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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받았던 충격파 치료가 제일 아팠지만 울 정도는 아니었다. 서러움과 짜증이 섞인 기분 탓이었을 뿐이다. 성격이 시원시원한 여자 선생님이 호전이 없으면 충격파 치료는 간격을 촘촘히 해서 받는 것이 좋다고 해서 월요일과 목요일에 방문하는 일정으로 약속을 잡았다.

매주 목요일은 나를 담당하시던 원장님이 휴진하는 날이라 다른 선생님 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열심히 타이핑 하신다.

상태가 어떻냐고 하는 질문에 조금 좋아진 것 같다고 하니 동공이 커지면서 의아해한다.


나를 담당하는 충격파 치료 여자 선생님이 들어오자마자 " 저 우울해요"한다.

충격파 여자선생님 :

제가 아프진 않은데 한 달 정도 생리가 끊기지 않아서 부모님하고 남자 친구가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토요일에 병원 다녀왔거든요.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제 자궁에 2cm 정도의 혹이 있대요.

그래서 먼저 항생제 처방을 받고 조직 검사를 해서 양성인지 음성인지 결론을 기다려야 한대요.

5cm의 혹이면 당장 수술해야 되는데 2cm는 수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만약 괜찮다면 주기적으로 종양이 커지는지 확인하러 병원 다녀야 되고..."

랑니 : ................... 어떤 적절한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촐삭거리는 얘기는 할 수 있는데 나의 일이 아니라고 아무 소리나 할 수 없다.

충격파 여자 선생님: 그냥 병원 다 때려 메치고 휴양이나 가고 싶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니가 무슨 중한 암 환자도 아니고 휴양 같은 소릴 하냐고 그러시데요.

코로나 시국이니 제주도 한달살기 같은 얘기를 하지 아니면 동남아 가서 휴양해야 되는데 말이에요. 하하하하...

랑니 : 혹시 몇 살이세요?

여자 선생님: 올해 27살이요. 벌써 20대 후반이에요! 저 20대인데 벌써 이렇게 아파도 되나요?

부모님이 제가 졸려서 하품을 해도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해서 피곤한 거 아니냐고 하시고 남자 친구 생일이라서 만난 날인데 남자 친구가 집에 가라고 해서 "무슨 개소리"야 했어요.

랑니: 일 할 기분이 안 들 텐데....

여자 선생님: 네, 토요일에 실장님한테 아파서 병원 가야 되니 빼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줄 줄 알았거든요.

그 말씀 엄마한테 했더니 그따위 병원이라면 당장 때려 메쳐라고 하셨어요.

병원이 바쁜데 그래도 스케줄 조절해주데요.

뼈나 근육이 아픈 건 죽진 않잖아요, 저 보세요. 장기가 아프면 죽을 수도 있어요. 하하하하하....

정말 호탕하게 웃는 물리치료사님이다. 그러다가 시무룩해진다.

정말로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픈 사람한테 나의 엉덩이를 거의 들어내다싶히 한 상태로 치료해달라고 하기가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과정이기도 했다.

핸드폰에 스타벅스 기프트콘이 있어서 전화번호를 따서 선물로 드렸더니

" 고마운데 이러면 진짜 아픈 사람이 된 기분이 들잖아요! 꼭 마치 같은 환자 병실 사용하는 사이 같아요!" 한다.

오늘은 처음으로 나의 외래진료기록부도 보게 되었다.

증상 : 양 엉덩이 밑 앉아 있으면 아프고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다.

통증: 강도는 줄었지만 범위가 늘어난다.

호전: 보인다. 앞 부위로 전체적으로 아프다.

ESMT: 원장 지도하에 물리치료사가 강도 0.3으로 2200타 시행

상병 : 아래 허리 긴장 / 요추부, 상체 불명의 위염

ESMT4 체외충격파 치료 근골

MM010 표층 열치료

MM080 간섭파 전류치료

오늘 이것을 타자하셨나 보시네요.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충격파 치료를 하면서 골반 쪽은 전기가 흐르듯이 찌릿찌릿하고 아프다는 노래가 살짝 나갔지만 죽는다 산다까진 아니어도 양성인지 음성인지 수술해야 되는지 모르는 여자 물리치료사 앞에서 지난 주에 찌질하게 울었다면 4차 치료에서는 나의 아픔은 뻘쭘해지는 기분이다.

돌아오는 길에 귀에서 메아리가 울린다.

뼈나 근육이 아픈 건 죽진 않잖아요! 장기가 아프면 죽을 수도 있어요!

뼈나 근육이 아픈건 죽지 않잖아요! 장기가 아프면 죽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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