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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블라블라

페페로니 피자

랑니 2021. 9. 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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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로니 피자

 

랑니: 어디야?
동생: 집
랑니: 머 해?
동생: 똥 싼다!
랑니: 잘 되었네, 술 먹으러 와! 배가 부르니 니 생각이 난다.
동생: 방금 밥 먹었는데?
랑니: 그러니까 술안주 절약하고 잘 되었네, 술만 마셔!
동생: 오케이!



혼술 하고 싶었던 날
혼자서 투다리에서 꼬치와 우동과 하이볼 시키고 세상 혼자 사연 있는 청승맞은 몰골로 홀짝댄다.




비록 혼자이지만 평일에 퇴근 후 이른 시간대에 플러스 코로나 시국 거기에 동네장사이다 보니 주인아주머니는 흔쾌히 나를 맞이해주셨다.


자글자글 익어가는 계란후라이 두 개는 그 어떤 밑반찬보다 맛있었다.
몰랑몰랑한 노른자는 내가 좋아하는 반숙 상태에서 점점 익어가는 중이며
변두리의 흰자는 신기하게도 더 타지도 않지만 얇은 전처럼 굳어가는 도중에
꽤나 뿌린 소금과 기름 맛까지 더해지니 딱 출출해진 저녁 시간대인지라 세상 제일 맛있는 맛으로
나의 혀 안에서 사르르 녹고 바사삭거리고 그리고 편식하는 사람의 특징인 퍼석한 느낌의 굳어진 노른자는 얄짤없이 남겨둔다.


 



옆에 젊은 여자 2명이 착석한다.
한 명을 A라고 하면 A는 단골손님이고 B는 오늘 처음 방문인지 신분증 검사를 한다.
나한테는 전혀 신분증 까라는 소릴 하지 않았는데 하이볼을 찐하게 해서 쓴 맛이 더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A : 나 그 오빠한테 문자 할 거야.
B : 머라고?
A : 오빠 머해요? 일요일에 시간 되세요? 나 오빠 집 놀러 가도 돼요?
B : (그러든가 말든가)
A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구나.

무의식과 호기심이 발동하여 옆 테이블의 여자들을 보았다.
20대 초중반의 수수하다 못해 화장기도 없는 얼굴과 안경에 무채색의 패션에 그러나 그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무지개처럼 알록달록 감출 수 없는 색깔로 넘쳐나서 여자인 내가 봐도 부담스러웠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진행 중이고 하이볼 절반 정도 마시니 알딸딸한 게 좋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의 술친구 동생이 도착을 했다.


랑니: 왔냐? 술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어도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구나~
동생: 내가 술 마시면 최근에 자꾸 피부 트러블이 발생해서 많이 마실 수 없어.
랑니: 소주 한병 더 시킬까?
동생: 시간이 얼마 없어, 나 이 한병 아껴서 마실래.
랑니: 우리한텐 아직 40분의 시간이 있다!
동생: 그럼 한병 더?
ㅋㅎㅎㅎㅎㅎㅎㅎ

 

 



동생 : 누나! 여자들은 왜 목소리가 수시로 변해?
옆에 여자애 페페로니 피자를 사들고 그 남자 집 간댄다!
랑니: 머?! 헐!!!!! 그러면 안 되는데!!!!
동생: 그 페페로니 피자 먹을 남자랑 통화하는 목소리랑 페페로니 피자 주문하는 목소리 완전 다르다!
랑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페페로니 피자 이젠 안 먹으련다.



혼자 방문한 꼬치집에 멤버 한 명을 추가하더니 내가 얼마나 주문을 했는지 황도를 서비스로 주신다.
술을 마셔서 알딸딸은 하지만 머릿속에 삐!!!!!!!하고 생각이 든다.
나 오늘 도대체 얼마나 주문하고 마신 거야?
가게 주인장 아주머니: 저, 10시가 거의 되어가서...
랑니와 동생: 네에~
랑니: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우니 집에 가서 더 마시자~~

 


이튿날, 눈을 뜨니 목요일.
출근을 해야 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가 아프다.
동생은 사라졌다.
회사에서 온 하루 병든 닭처럼 골골거리다가 퇴근하는 길에 동생한테 전화한다.

랑니: 어이 동생, 살아있나?
동생: 죽기 직전.
랑니: 그래?! 너도 힘들구나, 후훗. 이모한테 혼날 수 있으니 숨 죽이고 있어랏~
동생: 응, 전화 끊어, 바이!

 



술은 맛있었다.
뒷감당은 힘들었다.

그 페페로니 피자 아가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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