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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블라블라

헐크 옷차림의 남자애

랑니 2021. 4. 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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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옷차림의 남자애 

 

 

 

 

 

 

 

출근길에 사람들을 자주 관찰한다. 

 

환승하는 도중

 

나는 티스토리 블로그 이웃님들한테 댓글달다가 

 

고개를 들어서 봤다.

 

지나가는 행인 6명 중에서 4명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타이트한 윗 옷에 연핑크 쫄바지를 입은 아가씨가 

 

눈에 확 들어오고

 

앞에 걸어가는 여자의 뒷꿈치는 새로운 구두를 신은 적이 있는지

 

발꿈치가 벗겨져 있다.

 

아....아프겠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초록색 운동복에서

 

검은 사선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은 남자가

 

택시를 급하게 세운다...

 

택시 아저씨는 머라머라 삿대질 하더니

 

택시 탑승을 거부한 모양이다.

 

다음 택시를 탈려고 손 짓하는데 보는체 마는체 지나간다.

 

그런데 이 남자는 막 달려간다. 

 

그런데 이 남자는 동작이 어눌하다.

 

택시를 타지 못한 이 남자는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오는데

 

살짝 지적인 면에서 떨어져 보인다. 

 

혹시나 나를 해코치 하지 않을까 멀리로 피해 있었다.

 

덩치도 큰 중학생 정도의 남자애였다. 

 

덩치가 큰데 옷 마저 초록에 호랑의 무늬 프린팅이여서

 

헐크처럼 보였다. 

 

이 남자애는 나랑 같은 버스에 탔는데 카드를 긁지도 않았고

 

버스 운전하는 기사님도 당황한 기색인데 

 

이 아이 상태를 보니 따지기도 거시기한 모양이다. 

 

이 남자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취업활돌에 유리하게 할려고 다녔던 자원봉사가 생각났다.

 

일본에 있을 때 나는 일본과 궁합이 안 맞는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웠고 여러모로 개고생을 했다. 

 

할 일도 없었지만 나중에 이력서에 보기 좋게 가산점 따려고

 

나는 일본초등학교의 자원봉사에 지원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은 살짝 불편한 아이 3명을 담당하시는 쌤과 함께 케어하는 일이였다. 

 

부모님들은 얼마나 속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지인분은 애기가 생겼을 때 우리 아이 이쁘게 태어나게 해주세요를 기도하다가

 

나중에는 손가락, 발가락 다섯개씩 있게 건강하게만 해주세요로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내 비주얼이 이렇군요....ㅋㅋㅋㅋ

 

 

무튼 그래서 나이로는 초등학교 3~4학년인데 이 아이들은 학교만 다녔지 

 

실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특수한 반이 였다. 

 

제일 심했던 여자 아이는 몸이 점점 굳어져가서

 

얼마 안되면 특수학교로 가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아이들도 일주일에 한번씩 오전 3시간 정도만 보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근처에 오기도 하고

 

몸이 굳어져가는 희귀병 여자아이는 용케도 나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볼때마다 환하게 웃어주곤 했다. 

 

다른 두명의 아이는 그렇게는 심하지 않아서 전담하시는 쌤이 케어해주시고

 

나는 이 여자아이를 휠체어에 앉히고 해당 학년 반급에 가서 같이 

 

일본 초등학생들 수업을 들었다.

 

아마 그때 일본어 실력이 급 상승했던 것 같다. 

 

그러면 일본 3학년 초등학생들과 같이 식물 심으러 가고, 

 

어떤 귀요미 포동포동한 여자아이는 과학시간에 이상한 물고기 이름 배워주고

 

같이 줄넘기도 하고 운동장에 넘쳐나는 웃음소리로 인해서

 

수업하던 다른 반 학생들도 창밖을 내다보던 기억이 있다. 

 

하루는 학교로 들어가는데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나를 보고 학부모냐고 물어본다.

 

저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처자인데....

 

웬지 젊어보인다라고 했단다.

 

그건 아닌데 말입니다. 

 

말이 자원봉사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행복했던 기억 중의 하나가 

 

이 찾아가기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어느 산 속에 있는 일본초등학교에서의 기억이 

 

지금도 생각하면 따뜻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 그 헐크같은 옷 차림의 남자아이를 보니 

 

생각이나서 적어봤다. 

 

이젠 꼬맹이 아이들도 20대 성인이 되였겠구나. 

 

유독 비주얼이 독보적인 아이돌 해도 될만한 남자아이도 있었고

 

끝까지 나를 경계하는 아이도 있었으며

 

붙임성이 좋아서 나한테 팔짱을 끼던 아이도 있었다. 

이름만 거창했던 자원봉사활동은

내가 줄 수 있는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 잊지못할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하는 건 너무나도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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